무언가 형용할수 없는 감정들이 자꾸만 울렁거려 진단을 좀 부탁드리려 하는데요
중년이 된 어느날 문득 어린시절 무심코 지나쳤던 강아지들이 생각났어요.
학교 다녀오면 꼬리치며 반겨주었고, 또래들이 위해를 가하려하면 지켜주었고, 딱히 재미있었던 추억은 기억에 없지만
아마 추억이 없었던것은 아닐테고 기억에서 지워졌다고 생각해요.
총 네번은 키운것같은데 해피, 메리 두마리밖에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아요.
그러다가 학교 다녀왔더니
복날 없어지기도, 쥐약 먹은 쥐를 잡고 죽어 있기도 했고 어쩌면 그 시대 개들의 일상이었던터라 하루쯤 울고불고 한 기억들이
점차 모아져 그 미안함이 점점 커져갔고
미안함에 대한 보답이라고 해야할까 ...어릴때 잘해주지 못한 점에 대해 비록 갚아지는건아닐테지만
그것을 대신할 한마리를 입양하여 제대로 보살펴줌으로써
서로에게 위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입양한 강아지.
여리고 쪼끄만한 갓태어난 푸들이었어요
많은걸 바라지 않았어요.
잘먹고 잘싸고 잘놀며 잘자고 건강하기만 해라
비용도 솔찬히 들어갔어요. 건강관리, 치아발치,중성화 수술, 뛰어놀다가 허리삐끗, 고관절이탈, 미용, 애견 놀이터,좋은사료, 건강에 좋은 간식, 비타민 등등
무엇을 하든 사람보다도 더 고비용이 들어갔고 그것은 돈으로 메우면 되는 쉬운일이었어요
문제는 분리불안.
외출을 할때도 외식을 할때도 집에 놓고 가기에도 마음에 걸려서 함께 이동하지만 결국 자동차안에서 지키나 집을 지키나 매한가지였거든요. 결국 외출이나 외식을 줄이는 결과가 되었고 생전하지도 않던 산책을 하게 되었고, 점점 장거리가 되자 자전거에 ..싣고다닐 바구니에...타이어 공기압 채우는 기구에 ...
미안함의 보답으로 시작하여
거추장스러운 혹같은 존재였다가
하나의 악세사리와 같이 아끼고 살피면서
일상의 일부분이 되었고
그렇게 짧고도 긴, 길고도 짧은 12년이 흘렀어요
너무 잘먹여서 그런지 당뇨가 왔고, 매일 인슐린을 주사해야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내장에 실명까지 ..
앞이 보이지 않자 분리불안은 더욱 심해졌고
결국 먹은것을 궤어내며 소화장애까지
그렇게 식음을 전폐하더니 2일만에 기력이 쇄진하여
안되겠다 싶어 병원에 데려가기전 왠지모를 느낌이 왔어요
아주 잠시지만 함께했던 산책로를 구경시켜주고 잠시 함께 걸어도보고
좋아하던 드라이브로 콧바람도 씌어주고 ..
그게 다였나봐요.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맥없이 고개를 떨구더니 인사도 없이 가버렸어요
급히 심폐소생술을 해보았지만 의사는 이미 늦었다는 말뿐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라구요
온기는 그대로인데 숨은 안쉬고 금방이라도 반응을 할것같은데 대답은 없고
영혼이 남아있다면 아직은 내 말이 들릴것같아 걱정하지말고, 염려하지말고, 괜찮다고, 우린 곧 다시 만날거라고
화장터에 들어가기전까지 거짓말만 되뇌었어요
방금까지 곁에 있던 하나의 존재가 작은 상자에 담길 뼛가루가 되어 쥐어졌을때
그 상자를 가지고 집에 왔을때, 그 상자와 아무일도 없었던듯 맑은 바깥경치와는 대조가 되더군요
그래서 하소연, 푸념, 넋두리 어떤 말이라도 내안에 담아놓기보다 흔적이라도 남겨놓는것이 이 얘가 존재했었고,
위안이 되었었고, 고마웠었고, 더 잘해주지못해 미안했다라는 진심을 이렇게라도 전할수 있는 표현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글쓰기전엔 여기저리 통증아닌 통증이 산발적으로 생겼었는데 말미로 갈수록 생각이 정리되고 심적 안정도 찾아지는것 같네요
두서없이 긴 글 읽어주신분들로 하여금 이것이 애도가 되고 애도는 슬픔을 분산시키고 감당할수 있는 의지로 남은 생을 또 채워나가게 될것이니 이 마음을 표현할수 있는 클리앙이 있음에, 또 공감까지는 아니어도 읽어주시는분이 계심에 고맙고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해봅니다. 이 무게를 나눠주셔서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